[시론] 후쿠시마 괴담은 '탈원전 시즌2'

입력 2023-06-06 17:38   수정 2023-06-07 00:10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을 놓고 방류 ‘허용’과 ‘불가’ 주장이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방류 허용 주장이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이고 방류 불가 주장은 다분히 정서적이고 선동적 괴담에 가까워 보인다. 왜냐하면 방류 허용 측은 “방류수 내 삼중수소에 의한 피폭량은 같은 양의 이온 음료 안에 있는 칼륨에 의한 피폭량과 같다”처럼 방류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에 의한 피폭량과 일반 식품에 의한 피폭량을 비교함으로써 방류수의 안전성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반면 방류 불가 측은 과학적 증거 없이 “삼중수소가 몸에 들어오면 5~10년 후 혈액암의 원인이 된다” “부산 앞바다가 방사능으로 오염된다” “일본에만 좋은 일이다”처럼 반일 감정에 기대는 일방적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2008년 광우병 사태를 통해 아무리 과학적 논거가 충분해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거짓이 진실을 단숨에 삼켜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벌써부터 일부 정치세력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이끌고 있어 또다시 진실이 거짓에 무릎 꿇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여론의 향배는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 체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중히 다뤄야 할 사안이다.

흔히 우리나라 원전 생태계를 ‘화장실 없는 집’으로 비유한다. 원전에서 다 쓰고 남은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분할 고준위 방폐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수조에 임시로 습식 보관 중인데, 이마저 거의 포화 상태여서 건식 저장과 고준위 방폐장을 조만간 건설하지 못하면 당장 2030년 이후 18기에 달하는 원전이 ‘올스톱’할 수도 있다. 화장실이 없어 굶어야 하는 신세가 되는 꼴이다.

탈원전 세력은 바로 이 점을 파고들고 있다. 방폐장 건설을 막으면 실질적으로 탈원전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지만, 실제로는 탈원전이 완성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방폐장 건설의 핵심은 부지 선정에 있고, 쟁점은 방사능 공포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방폐장 부지 선정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주변 주민 반대에 막혀 실패했다. 방폐장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2003년 전북 부안에서 발생한 시위대의 군수 집단폭행 사건은 좋은 예다.

사용후핵연료는 지하 500m 깊이 터널에 부식하지 않도록 설계한 구리 처분 용기에 밀봉해 방사성 물질의 생태계 누출을 이중삼중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처분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완전 차단이 가능하더라도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불안감은 두려움을 낳고, 괴담은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방폐장 건설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후쿠시마 괴담을 진실로써 막아내지 못하면, 그보다 더할 방폐장 괴담의 결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괴담이 ‘탈원전 시즌2’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괴담의 생성과 전파 경로도 기술 개발과 함께 달라진다. 최근의 괴담은 세상의 관심사를 담은 유언비어로 생성돼 SNS에서 순식간에 증폭된다. 괴담은 쉽고 자극적이어서 여론에 금방 녹아든다. 과학적 논증보다 인터넷에서 다양한 눈높이에 맞는 체감도 높은 설명으로 후쿠시마 괴담을 초전에 박살 내지 않으면, 후쿠시마 괴담은 머지않아 방폐장 괴담으로 진화할 ‘탈원전 시즌2’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후쿠시마 괴담의 폭발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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